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17.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둘째 권(군더더기 한자말 떼어내기)을 펴내 주었다. 이 책 열두 권을 가방에 챙겨 읍내 우체국으로 간다. 책숲집 소식종이인 〈삶말〉 32호는 읍내 문방구에서 복사하기로 한다. 큰아이는 읍내 거리를 걷다가 찐빵집 앞에서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아버지, 벼리, 찐빵 하나 먹고 싶어.” “그러렴.” 찐빵순이가 아버지 도움을 안 받고 혼자 지갑을 꺼내어 값을 치르고 찐빵 하나를 받기까지 이태쯤 걸렸지 싶다. 이제는 예전 일이 안 떠오를 만큼 씩씩하고 야무지다. 우체국에서도 여러모로 크게 도와준다. 책숲집 이웃님한테 책이며 소식종이를 모두 부친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아이들을 돌보랴 집살림 하랴 이 일하고 저 일을 하랴, 소식종이를 한 번 부칠 적에 적어도 사나흘이나 이레까지 걸리곤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 도움을 받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 곁님이 바란 원두커피를 읍내 찻집에서 장만한다. 바로 갈아 준다. 오늘은 큰아이한테 토마토주스를 한 잔 베풀어 주신다. 배고프다는 큰아이하고 읍내 닭집에 들른다. 닭집 아주머니는 이녁 딸아이가 입던 옷을 우리 큰아이한테 주고 싶다면서 한 보따리 챙겨 주셨다. 오늘은 무슨 날인지 모르겠으나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큰아이한테 뭔가를 하나씩 건네주신다. 몇 가지 먹을거리를 장만해서 가방에 채운다. 집으로 돌아가는 군내버스를 기다리며 《지리산 아! 사람아》를 읽는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이라고 하는, 이름이 제법 긴 작고 야무진 시민모임을 이끄는 윤주옥 님이 지리산 둘레에서 삶을 지으면서 마을 할매랑 할배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갈무리한 책이다. 어느덧 저물어 버린 저녁 하늘. 집으로 가는 군내버스에서 큰아이가 휘파람을 분다. 나는 휘파람 소리를 가만히 들으면서 생각에 잠긴다. 집에 닿아 짐을 부리고 평상을 덮을 즈음 비가 듣는다. 늙은호박을 낫으로 끊어서 평상에 올린다. 유자를 아직 안 땄는데 찬비를 맞네. 그러나 괜찮아. 아침에는 비가 그칠 테니까.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