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14.


광주방송에서 ‘고향견문록’이라는 방송을 찍는다면서 찾아온다. 어떤 풀그림인지 모른다. 그러나 광주에 있는 방송국이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면서 방송 찍기를 받아들였고, 아침 열 시부터 낮 세 시 이십 분까지 다섯 시간을 썼다. 아이들은 이제 방송국이나 신문사 같은 데에서 찾아오면 ‘우린 안 찍히겠어요’ 하고 밝힌다. 오로지 아버지 혼자 찍힌다. 마땅한 일이지. 매체에서는 나를 보고 찾아오지, 아이들을 보고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을 보고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분들은 방송에 좋은 그림으로 나갈 대목을 생각할 뿐, 아이들하고 ‘참동무’가 되려고 찾아오지는 않는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 아이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고 싶은 이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한테 참동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참동무가 안 되려 하면서 딱 한 번 찾아와서 이것저것 바란다면 온누리 어느 누가 찍히고 싶겠는가. 방송을 다 찍고서 이분들 차를 얻어타고 고흥읍으로 나간다. 우리 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버스는 15시에 있는데, 방송을 찍느라 버스를 놓쳤다. 읍내에 닿아 볼일을 보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군내버스에서 《마티유의 까만색 세상》을 읽는다. 짤막하지만 굵고 짙은 이야기가 흐르는 어린이문학이다. 글도 그림도 정갈하면서 곱다. 이런 책이 진작에 나왔네. 오늘 나는 열네 해 만에 이 책을 알아보고서 읽었으나, 지난 열네 해 동안 이 아름다운 어린이문학을 사랑한 이웃님이 많이 있겠지?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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