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11.13.
나날이 유자 냄새가 짙다. 이레쯤 앞서부터 따야지 따야지 하면서 자꾸 잊거나 미룬다. 귤을 먹는 철을 맞이할 적마다 ‘우리 집 유자도 따야지’ 하고 떠올리는데, 귤은 꽤 일찍 나오지 싶다. 어쩌면 가게에 나오는 유자도 제철보다 일찍 나오리라 본다. 우리 집 유자는 꽃몽우리가 맺힐 무렵부터 냄새를 퍼뜨린다. 둘레에 웬만한 풀이 시들고 나무는 잎을 떨굴 무렵 꽃을 피우는 유자인 터라 냄새가 훨씬 짙다고 느낀다. 꽃부터 유자 냄새요, 푸른 열매가 노랗게 익는 동안에도 유자 냄새이다. 이 냄새를 마당에서까지 누리면서 그림책 《우리 엄마는 다섯 살?》을 읽는다. 다섯 살 아이가 혼자 유치원에 가기 싫어서 엄마하고 함께 가는데, 엄마가 돌아가야 할 때에 이르자 악착같이 안 떨어지려 한다. 바야흐로 엄마마저 유치원에서 다섯 살 아이들하고 함께 놀고 배우고 먹고 낮잠을 자도록 한다. 어느 모로 보면 떼쓰는 아이 때문에 고달픈 어머니 모습을 그린다고 할 만하지만, 어머니가 다섯 살 아이들 틈에서 홀로 외롭고 힘든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처음 홀로 남겨질 적에 얼마나 무섭고 힘든가를 넌지시 비추는 셈이라고 할 만하다. 멋진 그림책이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