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하는 글쓰기



  살림하는 글쓰기란 글을 쓰려고 책상맡에 오래 앉을 수 없는 글쓰기라 할 만하다. 한창 글을 쓰려다가 뚝 그치고는 쌀을 씻어서 불리고, 불려 놓은 쌀로 밥을 지으며, 반찬이며 국을 장만한다. 다시 글을 쓰려다가도 아이들하고 놀며, 아이들한테 가르칠 여러 가지를 가르친다. 이제 글을 쓸까 할 즈음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한다. 이제 집안일을 좀 마무리했나 싶어 글쓰기를 하려고 책상맡에 앉으면 어느새 졸음이 온다. 글은 얼마 못 만졌어도 몸에 기운이 빠진다. 아이들하고 나란히 누워서 낮잠을 잔다. 아이들이 한창 낮잠에 빠졌다 싶으면 조용히 일어나서 글을 살짝 만진다. 그렇지만 이내 다른 집안일이 뒤따른다. 설거지도 마쳐야 하고, 다음 끼니를 헤아려야 한다. 다 마른 빨래는 걷어서 개야 한다. 이 일을 챙기고 저 일을 추스르다 보면 어느새 해가 넘어간다. 집안일을 하는 글쓰기란, 글쓰기에 오롯이 마음을 못 쓰고 마는 글쓰기일 수 있다. 그러나 집안일을 하면서 글쓰기를 하다 보면, 책상맡에 오래 앉을 수 없는 터라, 손목이나 등허리가 결릴 일이 없다. 끊임없이 온갖 힘살이나 몸을 써야 하니, 다른 운동을 안 해도 몸이 튼튼할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이웃님이 있다면 언제나 이 한 마디를 들려주고 싶다. “글을 잘 쓰고 싶으신가요? 그러면 집안일을 해 보셔요.” 2017.11.1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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