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자전거 타며 읽은 책 2017.11.4.


낮에는 따뜻한 가을볕을 두고볼 수만은 없는 노릇. 아직 마치지 못한 일감이 있지만, 두어 시간쯤 쉬면서 아이들하고 함께 놀자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먼저 책숲집에 들러 큰아이가 바라는 만화책을 읽으라 한다. 이다음으로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로 간다. 아이들하고 ‘시소’를 타다가 문득 생각한다. 예전에는 ‘시소’라는 놀이틀 이름을 ‘널방아’로 지어 보았는데, 오늘 떠오르기로는 ‘엉덩널’이 한결 재미나지 싶다. 엉덩이를 쿵쿵 찧으니 엉덩널이라고 할까. 엉덩널을 한참 놀고서, 달팽이 출판사에서 새로 낸 《나무》를 읽는다. 번역 말씨는 여러모로 아쉽다. 번역 말씨를 정갈하게 한국 말씨로 가다듬어 줄 일꾼이 한국에 없을까? 내가 보기로 앞으로는 ‘번역가’ 못지않게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읽고 듣고 말하도록 돕는 글손질지기’가 나와야지 싶다. ‘나무’하고 얽힌 이야기를 수수하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어여쁜 《나무》라고 느낀다. 참 멋스럽다. 한국에서는 나무나 풀이나 꽃이나 들이나 숲이나 바다나 하늘이나 바람을 놓고서, 이렇게 수수하면서 어여삐 이야기를 풀어낼 이웃님이 얼마나 있으려나. 두 아이들이 실컷 놀고 집으로 돌아오는 자전거길은 맞바람. 이제 겨울을 앞둔 맞바람이 제법 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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