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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에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61
토네 사토에 지음, 엄혜숙 옮김 / 봄봄출판사 / 2017년 6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69
손으로 만질 수 없어도 아름다운 선물
― 마음은 어디에
토네 사토에 글·그림/엄혜숙 옮김
봄봄, 2017.6.16. 11000원
깊어 가는 가을입니다. 해가 떨어진 밤이 되면 퍽 춥습니다. 밤에 잠자리에 들기 앞서 두 아이하고 마당에 섭니다. 작은아이는 동그란 달을 보더니 “달이 해야. 해가 뒤에 있어.” 하고 외칩니다.
겨울을 앞둔 가을밤을 밝히는 보름달이 대단히 밝습니다. 이 밝은 달을 보면서 해를 떠올리는 아이가 이쁩니다. 달은 햇빛을 받아서 밝다고 과학으로 말하는데, 어느 모로 본다면 달이란 밤에 뜨는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밝은 달빛을 느끼면서 마당에서 가볍게 달리기를 하고서 잠자리에 듭니다. 깜깜한 밤에 고운 달빛을 품에 안고서 조용히 꿈나라로 갑니다.
“이 빛을 모두 너에게 선물할게.
어때? 근사하지?” (4쪽)
그림책 《마음은 어디에》(봄봄, 2017)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나옵니다. 두 고양이 가운데 수고양이는 암고양이를 숲 깊은 곳에 있는 맑은 못으로 이끕니다. 못가에 선 수고양이는 암고양이한테 ‘못에 비친 빛’을 모두 선물하겠노라 말합니다.
맛난 먹을거리 아닌 빛을 선물한다니, 숲에 사는 고양이는 제법 멋스럽습니다. 못물에 비친 빛물결을 선물한다는 수고양이는 저 스스로도 즐겁고, 곁에 나란히 선 암고양이도 환한 얼굴입니다.
그런데 수고양이는 빛물결을 선물한다고 하면서 ‘빛을 손에 잡으’려고 합니다. 손에 빛을 쥐고서 암고양이한테 건네고 싶은가 봐요.
쿠로는 빛을 잡으려고 했지만, 나뭇잎이 잡혔어요. (6쪽)
이번에는 조개껍데기가 잡혔어요.
쿠로는 슬펐어요.
시로에게 빛을 주지 못했으니까요. (7쪽)
빛을 손에 잡아서 선물할 수 있을까요? 별빛이나 달빛을 손에 쥐고서 선물할 수 있을까요? 햇빛이나 꽃빛을 선물할 수 있을까요? 빛도 여느 먹을거리나 물건처럼 손으로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숲에서 수고양이는 못에 그물을 던져 보기도 하고 풍덩 뛰어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도 빛을 손에 잡지 못합니다. 수고양이는 암고양이한테 선물하고픈 빛을 도무지 제대로 못 줄 수밖에 없다고 여겨 슬퍼 합니다. 이런 모습을 모두 지켜본 암고양이는 말없이 웃습니다. 이러면서 수고양이를 토닥토닥 달래요.
아무래도 암고양이는 무엇을 알아챈 듯합니다. 저한테 어떤 선물을 주고 싶은가 하는 마음을 알아챘고, 빛이란 무엇인가를 알아챘을 테지요. 그리고 수고양이가 암고양이 저한테 선물하려는 빛이 어디에 있는가를 넌지시 알아챘겠지요.
쿠로는 울면서 물 위로 올라왔어요.
너무나 슬퍼서 마음이 가라앉았어요.
이제는 빛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20쪽)
시로가 살며시 웃으며 쿠로를 달래 주었어요.
시로는 빛이 있는 곳을 알게 됐거든요. (21쪽)
저는 아이들한테 달빛을 손에 잡아서 건네지 않습니다. 아마 건넬 수 없다고 할 만하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아이들을 불러서 우리 시골집 마당에 나란히 서서 별바라기랑 달바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집이나 마을을 정갈하게 돌보는 손길로 이곳에서 반딧불이가 깨어나서 날아다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틈틈이 마을 샘터랑 빨래터를 치우는 일을 하면서 이곳에서 사는 다슬기를 알뜰히 건사해 놓아요. 이 다슬기는 바로 반딧불이한테 먹이가 되거든요. 반딧불이가 한 마리 깨어나든 두 마리 깨어나든, 부디 이 시골자락 밤빛에 아롱다롱 어여쁜 빛날개를 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빛이란 하늘에도 있으며 우리 가슴에도 있지 싶어요. 빛이란 낮에도 있고 밤에도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보금자리에도 있다고 느껴요. 빛이란 아이를 돌보며 사랑하는 어버이 마음자리에도 있고, 어버이를 바라보며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 마음밭에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책 《마음은 어디에》는 서로 아끼는 곳에서 마음이 빛물결로 파랗게 물든다고 하는 이야기를 포근하게 들려줍니다. 2017.11.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