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요, 찬드라 - 불법 대한민국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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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내 사랑 1000권] 21. 이란주 《말해요 찬드라》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기쁠 때에는 기쁘다고 말하고, 슬플 때에는 슬프다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말해야지요. 좋으니 좋다고 말하며, 나쁘니 나쁘다고 말해야지요. 말을 안 해도 마음으로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으나, 말을 안 하니 도무지 못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어요. 게다가 말하도 또 말해도 좀처럼 안 알아들으려 하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한때 한국에서는 나라밖으로 돈을 벌러 나간 사람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다른 나라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살림을 꾸렸을까요? 싫은 일을 해야 했거나 손찌검을 받거나 거친 말을 들어야 했을까요? 돈을 넉넉히 받으면서 한국에 있는 가난한 식구한테 살림돈을 보내 줄 수 있었을까요?


  오늘날 한국에서는 이 땅에 일자리가 없어서 나라밖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러 떠난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싶습니다. 오히려 이 땅에서는 오랜 솜씨나 재주를 물려받을 일손이 없어서 알뜰하거나 엄청난 솜씨나 재주가 하나둘 사라지곤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마다 이웃 여러 나라에서 숱한 사람이 찾아와서 일을 익힙니다.


  돌이키면 지난날에는 한국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서 일거리를 얻으면서 새로운 일을 익혀서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일을 일으켰습니다. 오늘날에는 한국 스스로 새로운 일도 오랜 일도 제대로 물려주거나 물려받지 못하는 얼거리인데, 이러면서 이 일을 맡은 나라밖 이웃을 깎아내리거나 괴롭히는 짓이 불거집니다.


  《말해요 찬드라》는 이주노동자를 짓밟거나 괴롭히면서 돈만 밝힌 한국사람 모습을 고스란히 비춥니다. 한국으로 꿈을 품고 찾아온 숱한 이주노동자가 얼마나 아프고 슬프며 괴로운가를 낱낱이 드러냅니다.


  찬드라, 말해야 해요. 우리는, 들어야 해요. 찬드라, 노래해야 해요. 기쁨뿐 아니라 아픔도 노래해야 해요. 이 나라에서 사는 귀 닫고 눈 감은 사람들이 귀를 열고 눈을 뜰 수 있도록 노래해야 해요. 바람 같은 마음을, 해님 같은 숨결을, 흙님 같은 넋을, 씨앗 같은 사랑을 노래해야 해요. 2017.10.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삶/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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