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0.31.


권정생 님 글은 모두 다 읽었다. 다 읽은 책을 다시 읽기도 했고 거듭 읽기도 했다. 권정생 님 글을 놓고 가끔 그림책이 나오기도 하는데 《엄마 까투리》를 이제서야 들춘다. 서울에서 책방을 다니다가 문득 보았는데, 이 그림책은 2008년에 나왔다고 하네. 그무렵에 이 그림책 이야기를 들었을까? 글로 읽었으니 굳이 그림책으로 안 보아도 된다고 여겼을까? 2008년이면 큰아이가 태어나던 해. 어쩌면 그해는 큰아이를 돌보느라 더할 나위 없이 바쁘고 잠을 거의 못 자면서 하루를 보냈기에 그때 《엄마 까투리》라는 그림책이 나온 줄 몰랐을 수 있다. 어느덧 큰아이는 열 해라는 나날을 살아간다. 큰아이는 두툼한 글책도 즐거이 읽지만, 만화책도 좋아하고 그림책도 사랑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늘 그림책을 챙겨서 읽지 않는가. 그림책마다 네 살에 맞는다든지 여덟 살에 맞는다든지 여섯 살에 맞다는, 이런 알림글이 붙곤 하며, 책방에서도 이렇게 갈라 놓는데, 나로서는 이런 나이로 가르는 틀은 못마땅하다. 오히려 글책을 놓고서 나이를 가르면 모를까, 그림책은 모든 나이에서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답게 누리고 사랑스레 새길 만한 이야기밥이지 싶다. 책도 좋아하고 그림그리기도 좋아하는 큰아이한테 《엄마 까투리》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한테 책 말고 다른 선물도 챙겼고, 그림책도 여러 가지 챙겼다. 묵직한 가방에서 그림책을 꺼내어 시외버스에서 읽는다. 나는 우리 어버이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잘 자라서 이렇게 살아가고, 우리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 사랑을 새로 받으며 씩씩하게 잘 자란다. 이 아이들 앞에 언제나 빛이 있겠지. 이 아이들을 보살피는 나하고 곁님 앞에 언제나 꿈이 있을 테고.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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