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0.30.
사진가 로버트 카파 이야기는 이녁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다. 사진가 가운데 제 발자국을 낱낱이 적은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느낀다. 그러나 한국말로 옮긴 책이 드물 뿐일 수 있다. 로버트 카파 자서전은 고맙게도 한국말로 옮긴 책이 있기에, 엄청난 전쟁 불구덩이에서 온몸을 바치며 사진을 찍은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돌아보는 길잡이가 될 만하지 싶다. 이 자서전 이름이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였지, 아마. 이 책이름처럼 카파는 그때 손을 벌벌 떨었고, 벌벌 떠는 손으로도 악착같이 필름을 갈아끼웠으며, 죽음이 용솟음치는 총알바다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서 사진을 남겼다. 살아남기에 남기는 셈이랄까. 그 필름은 그야말로 죽음수렁에서 살아남았다고 할까. 그러나 사진가는 가슴에 맺힌 앙금을 품고 헤매고 떠돌다가 아시아 어느 나라 숲에서 지뢰를 밟고서 사진기를 내려놓았다. 만화책 《로버트 카파, 사진가》를 보면서 피맺히고 눈물맺힌 사진가 발자국을 새삼스레 되새긴다. 사진책이자 만화책인 《로버트 카파, 사진가》는 맨마음으로 읽기 어렵다. 곁에 술 한 잔을 놓고서 눈물 한 방울과 함께 읽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만화책을 맨마음으로 시외버스에서 읽다니, 나도 참.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