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10.26.


읍내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저녁을 차린다. 읍내마실은 가까이 돌아본 길이라 하더라도 집으로 돌아오면 다리랑 몸을 쉬고 싶다. 그러나 아이들 저녁을 차리자는 생각으로 쉬지 않는다. 밥상을 차린 뒤에 씻고서 쉬자는 생각이다. 아침에 먹고 남은 밥을 볶는다. 나는 참말로 볶음밥을 잘한다고 생각하면서 저녁을 짓는다. 큰아이하고 둘이 밥상에 나란히 앉는다. “아버지, 볶음밥 맛있어요.” 하고 말하는 큰아이한테 “너희 아버지는 참말로 오랫동안 볶음밥을 했단다. 온갖 볶음밥을 다 해 보았지.” 하고 말한다. 돌이키니 서른 몇 해 동안 볶음밥을 해 보았네. 나중에 밥상맡에 앉은 곁님하고 작은아이도 볶음밥이 맛있단다. 아무렴. 누가 지었는데! 설거지까지 마치고서 밥상맡에 새로 앉는다. 만화책 《너의 곁에서》를 편다. 마스다 미리 만화책을 두 권째 만난다. 144쪽짜리 만화책이 12000원! 값이 지나치게 세다! 만화책도 얼마든지 비싼값을 치를 수 있다는 뜻을 우리한테 보여주는 셈일까? 이 책값을 덜 비싸게 느끼고파 한 해를 기다려 보았으나, 책이 나온 지 한 해가 되어도 책값은 알맞다고 못 느끼겠다. 그런데 책이름은 왜 “너의 곁에서”일까? 왜 “네 곁에서”라 붙이지 않을까? 이 책을 가만히 읽으니 “네 곁에서”라고 해도 되지만 “너희 곁에서”라 해도 되겠구나 싶다. 이 만화책은 틀림없이 번역이지만 일본 말씨하고 일본 한자말이 지나치게 많기도 하다. 껍데기만 한글인 번역이 아닌, 알맹이가 한국말인 번역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 만화책을 아끼거나 좋아하는 분이 많은 만큼,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출판사에서는 말씨를 찬찬히 손질하고 제대로 가다듬는 데에까지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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