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누구한테 미루기



  요 열흘 사이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일을 합니다. 가을철이기에 가을걷이를 하느라 단내가 나지는 않아요. 아직 우리 논은 없거든요. 어느 지자체 공문서를 200꼭지 손질해 주는 일을 하면서 입에 단내가 납니다. 지자체 의회에서 공문서를 마련할 적에는 숱한 사람들이 꽤 긴 나날을 들여서 땀흘렸을 텐데, 이런 공문서 200꼭지를 혼자서 쉽게 손질해 주는 일을 하자니, 게다가 이를 한 달 만에 끝내도록 일을 하자니 단내가 안 날 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하다가 틈틈이 쓰러져서 해롱거리다가 밤에 일어나서 밀린 설거지나 청소를 하기 일쑤인데요, 오늘 낮에는 밥을 맛나게 먹는 식구들 앞에서 “밥 맛있게 먹은 누가 설거지를 하면 참 좋겠네.” 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자, 이 말을 듣고서 누가 설거지를 하려나요? 곁님이? 큰아이가? 작은아이가? 틀림없이 마음이 착하면서 살뜰한 누가 설거지를 하겠지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니 때때로 일을 나눌 수 있어서 홀가분하면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2017.10.2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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