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자전거 타며 읽은 책 2017.10.22.


해 떨어지기 앞서 자전거를 달리기로 한다. 이제 ㄱ도의회 공문서 손질은 모두 예순다섯 꼭지 남는다. 오늘하고 이튿날까지 열다섯 꼭지를 마무르고 다음주에 쉰 꼭지를 마무르자고 생각한다. 이 일에 매달리느라 이 가을에 아이들하고 마실도 제대로 못 다니지만, 면소재지 놀이터라도 다녀오려고 한다. 겨울을 앞두고 해가 짧으니 네 시를 넘을 무렵에도 멧자락에 해가 달랑달랑. 바지런히 자전거를 달렸고, 한 시간쯤 아이들을 놀린다. 나는 아이들 놀이를 지켜보다가 《할머니와 친구가 될 순 없나요?》를 읽는다. 처음에는 책이름에 끌려서 장만했고, 큰아이가 먼저 읽었다. 큰아이가 다 읽고서 내가 읽는데 번역은 여러모로 많이 아쉽다. 어린이책 번역이란 말이지! 논문이 아니고 말이지! 줄거리랑 이야기는 아름답다. 키 작은 가시내하고 키 큰 할머니 사이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마음이 곱게 흐른다. 서로 아끼는 마음은 꼭 한식구여야 샘솟지 않는다. 피가 안 섞였다는 아주 다른 남남이라 하더라도 불현듯 마음으로 이어져서 두고두고 너른 사랑이 샘솟을 수 있다. 두 사람이 새로 지으면서 울타리를 걷어내어 이웃 아이들하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까지 기쁜 웃음이 자라도록 이끄는 이야기란 얼마나 이쁜지. 그런데 이 책은 어느새 판이 끊어졌네. 언젠가 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라. 이렇게 알차고 아름다운 이야기인데. 다만 번역은 새로 하고 글손질도 해야 한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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