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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 ㅣ 키다리 그림책 9
바바라 매클린톡 지음, 정서하 옮김 / 키다리 / 2009년 7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67
춤추는 장미꽃을 보는
아이
― 다니엘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
바바라 매클린톡 글·그림/정서하 옮김
키다리, 2009.7.15. 9500원
아이가 그림을 그립니다. 크레파스나 연필을 쥐고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나뭇가지나 돌을 쥐고서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아이한테 그림은 아이 마음에 흐르는 꿈을 나타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 그림에는 잘 그리거나 못 그린 그림이 없어요. 모든 그림에는 저마다 다른 꿈이 새로운 이야기로 흐릅니다.
아이는 누구나 그림을 즐겁게 그립니다. 둘레에서 어른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같은 핀잔을 하지 않는다면 말예요. 남한테 보이려고 하는 그림이 아닌 스스로 마음을 나타내려고 하는 그림이에요. 잘 보이려는 그림이 아닌 즐거운 마음을 스스럼없이 나타내고 싶은 그림입니다.
다니엘은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어요.
늘 엉뚱하고 신기한 것들을 그려댔지요.
황새가 춤을 추거나 여우가 뛰는 모습을 표현할 때도 다니엘은 결코 평범하게
그리는 법이 없었어요.
환상적이고 멋진 그림이 될 때까지 계속 그리곤 했답니다.
사진사인 아빠는 그런 다니엘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개구리가 날아? 새한테 웬 모자야!” (1쪽)
바바라 매클린톡 님이 빚은 그림책 《다니엘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키다리, 2009)를 읽으면서 어떤 남다른 이야기가 흐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이 그림책은 그린이 바바라 매클린톡 님이 보낸 어린 나날 모습이라고 합니다. 사진가 아버지 곁에서 그림순이로 지낸 어린 나날이라지요. 사진가 아버지는 언제나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담아야 한다고 여겼는데, 그림순이는 마음에 보이는 그대로 담았다고 해요.
아니 그림순이 눈에는 마음에 흐르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보였대요. 다른 어른한테는 개구리가 날거나 모자를 쓴 새가 안 보이지만, 그림순이한테는 늘 이런 모습이 보였대요. 장미꽃이 춤을 추거나 웃는 모습이 보여, 물병에 꽂힌 장미가 아니라 춤추며 노래하는 장미를 그렸다고 합니다.
그날 밤 다니엘은 다시 한 번 도전했어요.
장미꽃을 갖다 놓고 그리기 시작했지요.
이번에는 똑같이 잘 그렸어요.
그런데 막상 그려 놓고 보니 실망스러웠어요.
“그냥 꽃처럼 보일 뿐이잖아. 따분해.”
“이렇게 그리면 어떨까?”
다니엘은 어느새 상상의 세계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7쪽)
어른은 아이한테 무엇을 가르치면 좋을까요? 아이한테 여러 가지 그림 기법을 가르쳐야 할까요? 아니면 아이 마음에 흐르는 꿈을 아이 스스로 즐겁게 담아내는 그림을 누리도록 이끌면 좋을까요?
아이는 이런저런 예술 기법을 익혀야 할까요? 아니면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붓이 가는 결을 살리는 아이 꿈을 그릴 수 있으면 좋을까요?
그림책 《다니엘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는 그림을 그리는 이야기 한 가지를 다루지만, 더 들여다보면 그림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를 넌지시 비춘다고 할 만합니다. 학교나 집이나 마을에서 아이한테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모든 것을 비춘다고 할 수 있어요. 어른이 세운 사회라는 틀에 아이를 맞추려 하는지, 아니면 아이가 앞으로 새롭게 가꾸거나 지을 새로운 길을 아이가 스스로 짓도록 이끌려 하는지, 이 갈래길에서 어른인 우리가 어떻게 해야 아름답거나 즐거울까를 묻는다고 할 만해요.
배통 아줌마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다니엘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어요.
“우와, 제 그림이랑 비슷해요. 저 빨간색은 어떻게 만드셨어요?”
이 연기는 진짜처럼 보이는걸요. 어떻게 그리신 거예요?” (23쪽)
자, 그러면 그림책 《다니엘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가 어떻게 태어날 수 있는지를 얘기해 보아야겠지요. 그림순이는 어떻게 그림책 작가인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돌아보아야지요.
그림순이는 어느 날 ‘여느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을 한 분 만납니다. 여느 어른 같지 않은 그 어른은 그림순이처럼 ‘마음으로 보는 모습’을 즐겁게 종이에 담았어요. 맨눈으로만 보아서 그리는 그림이 아닌, 우리 마음에 흐르는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는 눈으로 보면서 그리는 그림을 ‘어른도 그리는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무척 반겨요.
생각해 보면 그렇지요. 헬리콥터가 없던 무렵에 헬리콥터를 그린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그무렵 다들 헬리콥터 그림을 손가락질했겠지요. 오늘날 우리는 자동차도 비행기도 아무렇지 않게 탑니다만, 자동차도 비행기도 어른들이 꿈꾸지 않던 나날이 있어요. 짐이며 사람이며 잔뜩 싣고서 달릴 수 있는 자동차가 아직 이 별에 없던 때에는 이를 꿈으로 그린 사람도 없었겠지요. 우주로 나아가는 일, 땅밑으로 깊이 들어가는 일도 한낱 마음속 꿈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는 오늘날이에요.
어쩌면 우리는 ‘별나라 나들이’뿐 아니라, 그림책에 나오는 그림순이처럼 앞으로는 꽃하고 속삭이고 풀벌레하고 동무가 되어 춤추며 놀 수 있을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늘을 나는 개구리 곁에서 함께 하늘을 날면서 깔깔깔 웃고 노래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요.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는 마음이 있고, 이 꿈꾸는 마음을 고이 지켜보면서 그림으로 담을 수 있는 손길이 있다면 말이지요. 2017.10.1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