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10.16.


일산마실을 마친다. 고흥으로 돌아가려는 날이다. 전철을 탈는지 백석역 앞에 있는 시외버스역에서 순천으로 가서 고흥으로 돌아갈는지 생각하다가 서울 홍대 언저리로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일산역에서 홍대입구역으로 가는 기차가 있어서 대화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갔고, 기차로 31분 만에 빠르게 서울에서 내린다. 홍대 언저리에는 담뱃잎을 파는 가게가 있다. 그런데 열한 시가 다 되도록 안 연다. 경의선숲길 걸상에 앉아서 주먹밥을 먹고, 찻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기다리다가 두 손을 든다. 택시를 타고 망원역 쪽으로 간다. ㅊ출판사에 네 사람이 함께 찾아가서 다리를 쉬기로 한다. 곁님하고 함께 ㅊ출판사 대표님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테슬라 이야기, 저작권이란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달리 꿈꾸어 짓는 살림을 높이 섬기는 뜻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 학교란 사람을 가르치는 곳인지 아닌지 하는 이야기, 갖고 싶도록 짓는 책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동안 큰아이가 ㅊ출판사 책꽂이에 있는 여러 그림책을 집어들어서 읽는데 이 가운데 《사과가 주렁주렁》이 눈에 뜨인다. 우리 집 마당에서는 우리가 따로 씨앗을 안 심었으나 참외가 열렸다. 어느 날 먹고 남은 참외를 마당 한쪽에 묻었을 텐데, 그 꼬투리에 달렸을 참외씨가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렸네. 그림책 《사과가 주렁주렁》은 땅에 떨어진 곪은 능금에 있던 씨앗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려서 우람한 나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살가이 보여준다. 참 이쁜 그림책이다. 이 멋스러운 그림책을 온누리 아이들이 만나고,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들도 만나서, 마음자리에 사랑스러운 씨앗을 심을 수 있으면 참 좋겠구나 싶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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