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쉬는 글쓰기



  할 일이 많을 적에는 이 많은 할 일을 얼른 끝내고 싶다. 그러나 잠을 안 자거나 밥을 안 먹으면서 일을 끝내지 못한다. 더욱이 나는 두 아이를 먹이고 곁님도 먹여야 한다. 두 아이를 입히고 씻기고 재워야 하며, 집살림을 거느려야 한다. 일을 하다가도 쉬면서 여러 가지 일을 돌본다. 이러다가 골이 띵하거나 팔이 저리면서 기운이 떨어지곤 한다. 일 하나에만 마음을 진득하게 쏟으면 얼른 끝낼 텐데 만만하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이렇게 여러 일을 다스리면서 글을 붙잡으니까 내 글은 흔들리거나 고단한 구석으로는 안 나아가지 싶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기 때문에 글이 안 흔들리고 안 고단하다고?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아마 집안일을 도맡으면서 아이를 돌보는 살림을 지어 보신 분들은 이러한 삶에서는 글쓰기가 얼마나 차분하면서 싱그러운가를 몸으로 먼저 알아차리리라 본다. 글만 쓸 적에야말로 고되기 마련이다. 2017.10.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