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마음



  나이를 한 살 더 먹기에 더 슬기롭지 않습니다. 돈을 더 많이 벌기에 더 너그럽지 않습니다. 글을 더 많이 썼기에 더 빼어나지 않습니다. 말을 더 잘 하기에 더 착하지 않습니다. 책을 더 많이 읽었기에 더 아름답지 않습니다. 땅을 더 거느리기에 더 넉넉하지 않습니다. 밥을 더 많이 먹었기에 더 배부르지 않습니다.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늘 달라지는 살림입니다. 읽는다는 마음이란, 우리 스스로 아직 모자라거나 어리숙한 줄 깨닫고 이를 채우거나 가다듬을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즐겁게 새로 지을 길을 갈고닦거나 가꾸려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한테는 책 하나조차 없어도 됩니다. 참답고 고우며 착하게 읽으려는 마음이 있을 적에는 우리 스스로 책이 되고 우리 스스로 책을 지으며 우리 이웃이 빚는 숱한 삶책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2017.10.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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