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10.1.


시월로 접어들면서 모기는 줄어드는가? 그렇지만 새벽이나 밤에도 모기를 볼 수 있고, 낮에는 꽤 돌아다닌다. 여름처럼 자주 보지 않으나 고흥 같은 따스한 고장은 겨울에도 어쩌면 볼는지 모르리라. 마당에 앉아서 시월을 맞이하고 싶으나 시월 첫날부터 비가 쏟아진다. 새벽부터 밤까지 그치지 않는다. 대단하네. 바람까지 드세다. 시골에서 살며 한가위에 비바람이 세차게 찾아오는 모습을 볼 적마다 늘 다르게 느낀다. 나무랑 나락이랑 남새가 이 비바람을 어떻게 마주하는가를 새삼스레 지켜본다. 도시에서 바라보는 눈이라면 한가위 비바람이라고 대수롭지 않을 수 있으나, 코앞에서 나락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거나 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사뭇 다르다. 마루에 앉아서 《모기가 궁금해?》를 읽는다. 모기를 다룬 아주 드문 인문과학책이다. 이 책을 쓰신 분은 곧 ‘모기 도감’까지 써낸다고 하니, 모기를 다룬 도감에 흐르는 이야기가 궁금하다. 《모기가 궁금해?》는 무척 단출하다. 이렇게 단출하게 모기 이야기를 써도 될까 싶으면서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글을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끄덕인다. 자잘한 덧말 없이 더없이 깔끔하게 모기 한살이를 비롯해서 모기하고 지구라는 별하고 사람이 얽힌 이야기를 살뜰히 들려준다. 아주 멋지다. 이 책을 읽기 앞서까지 2017년 ‘올해책’으로 《한국 개미》를 뽑으려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을 바꾼다. 앞으로 11월하고 12월에 어떤 책을 만날는 지 아직 모르나, 이제까지 읽은 2017년 책 가운데 《모기가 궁금해?》를 나로서는 ‘2017년 으뜸 올해책’으로 삼는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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