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자전거 타며 읽은 책 2017.9.24.
저녁에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작은아이는 어느새 알아보고 아버지 곁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이 멋쟁이를 보게나. 큰아이는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든 말든 살짝 시큰둥하다. 저도 함께 타고 싶은데 한 걸음 빼는 셈일까? 큰아이는 예전에 자전거마실을 갈 적에 덥거나 춥거나 어김없이 따라가겠노라 했는데, 요새는 이 자전거마실을 동생한테 내어줄 뿐, 좀처럼 함께 나서려 하지 않는다. 아마 큰아이는 제 자전거를 따로 탄다면 신나게 따라나서겠다고 할는지 모른다. 나날이 저녁이 일찍 찾아오는 가을이 깊다. 작은아이하고 둘이서 조용히 들길을 가로지른다. 바람을 가르는 맛을 누나만큼 자주 맛보지 못했어도 틈틈이 누리는 이 바람 가르는 맛을 작은아이도 대단히 좋아한다. 그래, 작은아이가 바람맛을 누리는 자전거마실을 좀 성기게 했구나.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차리고는 씻고 나서 조용히 《네팔은 여전히 아름답다》를 읽는다. 멧자락을 낀 마을에서는 자전거를 탈 일이 없다고 할 네팔일 테지만, 네팔에서도 도시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겠지? 자전거는 이 지구라는 별에서 숱한 마을하고 사람을 잇는 자그마한 이음고리라고 느낀다. 그러고 보면 네팔이나 티벳이나 몽골을 자전거로 달리려는 분도 꽤 있다. 한밤에 자전거를 달리면 쏟아지는 별을 누릴 수 있는 네팔이나 티벳이나 몽골을 가로지르는 이들은 가슴에 어떤 기쁨이나 이야기를 품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