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내음



  이튿날하고 이 다음날 서울·일산·서울이라고 하는 길을 신나게 오가야 합니다. 이 마실길에 앞서 고흥집 살림을 마무르려고 하루를 부산히 보내는데, 이 가운데 한 가지를 못 마칩니다. 시골집 뒷간을 치우는 일을 하는 아재가 오늘은 바빠서 못 오니 이튿날 오신다고 해요. 그래서 곁님한테 뒷간 치우며 치를 돈을 봉투에 담아서 줍니다. 처음에는 맞돈 그대로 곁님한테 주려 했는데, 저녁에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데 돈내음이 코를 찌르더군요. 수많은 사람이 만지면서 손때나 손기름이 배어 종이돈은 냄새가 많이 난다고도 하지만, 돈내음이 이렇게 고약한지는 오늘 새삼스레 느낍니다. 둘레에서 사람들이 돈을 주고받을 적에 굳이 종이봉투에 담는 까닭을 되새깁니다. 종이봉투로 돈내음을 가리는구나 싶어요. 돈을 만지고 나서 손을 씻지만 돈내음이 안 가시네 싶어요. 이 돈내음은 우리한테 뭔가 묻겠지요. 살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겠으나 얼마나 있어야 하느냐고 묻겠지요. 2017.9.25.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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