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9.24.


가을볕이 깊고 짙다. 마당 한켠 초피나무는 열매를 잔뜩 맺는다. 틈틈이 훑어서 평상에 놓아 말린다. 무화과도 날마다 열매를 잔뜩 베푼다. 우리가 먹으면 우리 몸을 살찌우고, 우리가 안 먹으면 벌이랑 새랑 개미랑 딱정벌레랑 이 가을에 기운을 얻으려고 신나게 먹는다. 언제 장만해 놓았는지 잊은 채 책꽂이에 모셔 둔 그림책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을 집는다. 이 멋진 그림책은 그리 알려지지 못한 듯하다. 이 그림책이 다룬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라는 사람도 그리 안 알려졌지. 이녁이 쓰고 그린 《곤충·책》이라는 책이 2004년에 나온 적 있는데 부디 판이 안 끊기면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마리아 메리안’이 열세 살 적에 무엇을 했는가를 다룬 그림책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열세 살에 스스로 꿈을 키우면서 스스로 이 꿈을 가다듬으면서 북돋운 손길이란 얼마나 다부지면서 멋진지. 열세 살이란 참 놀라운 나이로구나 싶다. 열두 살도 열네 살도 놀라운 나이일 테고.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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