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여정 旅程


 여정을 기록하다 → 여행길을 기록하다 / 마실길을 적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을 마치다 → 하룻밤 묵는 짧은 나들이를 마치다

 고달픈 여정이었다 → 고달픈 나들이였다


  ‘여정(旅程)’은 “여행의 과정이나 일정”을 뜻하고, “≒ 객정(客程)”처럼 비슷한말이 있다고 해요. ‘여행(旅行)’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 하니 “가는 일 = 여행”이요, “여정 = 가는 동안이나 가는 동안 하는 일”을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더 살피면 ‘旅’는 ‘나그네’를 뜻하는 한자이고, ‘程’은 ‘길’을 뜻하는 한자예요. 한자 뜻새김으로 ‘旅程 = 나그넷길’입니다. 뜻새김대로 ‘나그넷길’이라 할 수 있고, ‘마실길·나들잇길’ 같은 말마디를 써 볼 수 있어요.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한자말 ‘여정’이 여덟 가지 나옵니다만 모두 털어내어도 되지 싶습니다. 2017.9.22.쇠.ㅅㄴㄹ



여정(女情) : 여자의 정. 또는 여자의 정욕

여정(旅情) : 여행할 때 느끼게 되는 외로움이나 시름 따위의 감정 ≒ 여심(旅心)

여정(餘丁) : [역사] 1. 조선 시대에, 보충대의 강서(講書) 시험에서 낙방한 사람 2. = 봉족(奉足)

여정(餘情) : 마음속 깊이 아직 남아 있는 정이나 생각

여정(餘?) : 1. 아직 술이 덜 깬 상태 2. [북한어] 술탈로 인한 여독(餘毒)

여정(勵正) : [역사] 조선 시대에 둔, 토관의 정칠품 무관 벼슬

여정(勵精) : 마음을 가다듬고 성의껏 힘씀

여정(輿丁) : 가마를 메는 사람



사진은 결정적인 한 컷을 얻어내기 위한 긴 여정이다

→ 사진은 바로 그 한 장을 얻어내려는 긴 마실이다

→ 사진은 바로 그 한 장을 얻어내려는 긴 나그넷길이다

《조세현의 얼굴》(조세현, 앨리스, 2009) 96쪽


자신의 영적 여정을 존중하다 보면 주위 사람에게도 그런 일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거예요

→ 내 넋이 가는 길을 섬기다 보면 둘레 사람한테도 그런 일이 나란히 생겨요

→ 우리 넋이 흐르는 길을 고이 여기다 보면 곁사람한테도 그런 일이 함께 생겨요

→ 우리 넋마실을 곱게 아끼다 보면 곁사람한테도 그런 일이 같이 생겨요

《집으로 가는 길》(리 캐롤/오진영 옮김, 샨티,2014) 66쪽


어떤 길을 고르든 이 여정은 대단히 험난한 도전이다

→ 어떤 길을 고르든 이 길은 대단히 힘겨운 도전이다

→ 어떤 길을 고르든 이 마실길은 대단히 힘겹다

《문버드》(필립 후즈/김명남 옮김, 돌베개,2015) 57쪽


시 한 편 가슴에 품고 걸었던 여정을 마치고 보니

→ 시 한 편 가슴에 품고 걸었던 길을 마치고 보니

→ 시 한 편 가슴에 품고 걸었던 나들이를 마치고 보니

→ 시 한 편 가슴에 품고 걸었던 마실을 마치고 보니

《시인의 마을》(박수미, 자연과생태, 2017) 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