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66] 갈무리막대
저는 글을 쓸 적에 ‘새롬 데이타맨 프로 98’ 글판을 아직 씁니다. 새롬 풀그림은 1990년대에 처음 나왔다가 2000년대를 넘어서며 인터넷이 퍼질 즈음 조용히 사라졌는데요, 인터넷 아닌 피시통신에 들어가도록 돕는 풀그림에 딸린 글판이나 이 풀그림이 쓰는 말이 훌륭해서 여태 써요. 피시통신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던 무렵 ‘새롬’하고 ‘이야기’라는 풀그림이 있었어요. 두 회사는 피시통신 화면이나 글을 긁어서 건사할 적에 ‘카피(copy)’나 ‘복사(複寫)’라는 말을 안 썼어요. ‘갈무리’라는 시골말을 썼지요.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기에 시골말 ‘갈무리’를 알 턱이 없었으나, 곡식을 잘 쟁이거나 간수하는 일을 나타내던 ‘갈무리’란 낱말이 셈틀을 쓸 적에도 고스란히 입에 붙어요. 한국말사전도 ‘갈무리 3’에 셈틀로 다루는 자료를 건사하는 일을 가리킨다고 뜻풀이를 올립니다. 이런 새 쓰임새를 헤아려 본다면, 수많은 글이나 그림이나 움직그림을 담는 자그마한 막대기를 놓고서 ‘갈무리막대’란 이름을 새롭게 지을 만해요. 화면을 긁어서 건사하면 ‘바탕갈무리(화면갈무리)’라 할 만하고, 누리그물에서 글을 옮겨서 건사할 적에는 ‘글갈무리’라 할 만해요. 시골말이 누리말로 새삼스레 거듭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7.9.20.물.ㅅㄴㄹ
[갈무리막대]
: 셈틀이나 누리그물에서 다루는 자료를 담는 막대
* 이 갈무리막대에 담은 글을 종이에 뽑으렴
* 갈무리막대에 따로 옮겼으니 걱정하지 마
[바탕갈무리]
: 셈틀로 누리그물에 들어갈 적에 화면에 보이는 모습을 통째로 긁어서 담는 일
* 이 누리신문에 나온 글은 바탕갈무리를 할게
* 여기 이 대목은 바탕갈무리를 하고 싶다
[글갈무리]
: 셈틀로 누리그물에 들어갈 적에 화면으로 읽는 글을 통째로 긁어서 담는 일
* 두고두고 읽으려고 글갈무리를 해 놓았지
* 나중에 읽을 생각으로 글갈무리를 한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