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쐬는 책



  사람은 바람을 마시면서 목숨을 잇습니다. 물이며 밥을 먹어야 몸뚱이가 산다면, 바람을 마시면서 마음이 살아서 하루를 짓는 길을 걸어간다고 느껴요. 아무리 깊은 곳으로 들어가도 바람이 흐르면 살 수 있습니다. 아무리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 바람이 흐르면 살 만합니다. 바람이 흐르지 않는 곳은 사람한테 무척 끔찍해서 죽음터가 됩니다. 흐르는 바람을 마시면서 흐르는 생각이 되고, 흐르는 생각이 흐르는 사랑으로 피어나니, 흐르는 이야기가 되도록 살림을 가다듬습니다. 사람이 지은 책은 사람 손길을 타기에 바람을 쐬면서 한결 싱그럽습니다. 바람을 마시면서 책이 오래오래 살고, 바람을 곁에 두면서 책마다 속살이 짙푸릅니다. 2017.9.1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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