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의 비 오는 날 내 아이가 읽는 책 4
파멜라 R. 레비 그림, 나타샤 임 글, 김은정 옮김 / 제삼기획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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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놀고 함께 치우고 함께 살림해요

[내 사랑 1000권] 19. 나타샤 임·파멜라 T. 레비 《오토의 비 오는 날》


  사다리가 있으면 사다리를 타고 싶은 아이입니다. 외줄이 있으면 외줄을 밟고서 건너 보고 싶은 아이입니다. 곁에서 어른들이 하는 모든 일을 눈여겨보고는 따라서 해 보고 싶은 아이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무엇을 잘 하거나 못 하는가를 헤아리지 않습니다. 여러 어른들이 다 하니까 저도 이럭저럭 할 만하리라 여깁니다. 즐겁게 맞아들여서 신나게 해 보려고 하지요.


  눈이 오는 날 눈밭에서 뒹굴며 노는 아이는 추위를 잊습니다. 비가 오는 날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노는 아이는 온몸이 젖어도 하나도 안 느낍니다. 아이는 늘 놀이를 하는 마음 하나를 느껴요. 온몸을 움직이면서 온마음을 쏟는 놀이 한 가지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어른은 으레 바빠요. 집에서는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고, 집 바깥에서는 집밖일을 하느라 바쁘답니다. 어른은 아이하고 놀 틈을 못 내기 일쑤예요. 아이가 혼자서 놀기를 바라고, 아이가 다른 또래나 동무하고 놀기를 바라지요. 또는 아이를 학교나 시설이나 학원에 맡기고서 어른 스스로 할 일에만 온힘을 쏟고 싶기도 합니다.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요? 아이는 어버이가 학교에 가라 하니까 갈 뿐이지 않을까요? 아이는 어버이가 스스로 가르쳐 주겠노라 말하면 기쁘게 배우지 않을까요? 아이는 어버이가 함께 놀자고 부르면 활짝 웃음꽃을 피우지 않을까요?


  그림책 《오토의 비 오는 날》에는 어머니하고 아이가 나옵니다. 아이는 비가 오는 날 놀고 싶은데, 어머니는 비가 오건 말건 맡아서 할 일을 코앞에 두고서 끙끙거립니다. 아이는 아직 혼자 밖에서 놀 만한 나이가 아닙니다. 게다가 도시라면 아이를 섣불리 바깥에 내보낼 수 없을 테고요. 어버이는 아이 마음을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요? 우리 어른들은 일을 왜 할까요? 우리 어른들은 일하느라 바쁜 나머지 아이하고 어울릴 틈이 없고, 아이한테 놀이를 물려주지 못하고, 아이하고 웃음을 짓는 하루를 누리지 못한다면, 아이 마음에서 어떤 씨앗이 싹틀 수 있을까요? 함께 놀고, 함께 치우고, 함께 살림하고, 함께 쉬기에 보금자리입니다. 2017.9.16.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삶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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