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숟가락 12
오자와 마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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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21



함께 삶을 짓는 어버이

― 은빛 숟가락 12

 오자와 마리 글·그림

 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7.7.31. 5000원



‘나중에 스구루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동성동명의 여자가 작년 겨울 교통사고로 혼사상태에 빠졌는데, 딱 1년 뒤인 3주쯤 전에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젊었을 때 남편을 잃어서 딸도 손녀도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분을 만나고 싶어서 속으로 몇 번이나 불렀지만 그분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32∼33쪽)


‘아직도 반에서 나와 미유는 따돌림당하고 있고, 노리카는 그 애 나름대로 친구가 있다. 나한테 학교는 전혀 마음 편한 곳이 아니지만 코타가 있으니까 괜찮아. 온 세상이 적이 된다 해도 코타가 옆에 있어 준다면.’ (48쪽)


‘이 사람(친어머니)과 이런 식으로 웃으며 얘기하는 날이 오다니.’ “시라베가 좋아해서 우리 집은 튀김을 꽤 하거든요.” “그럼 그때 불러 줘. 먹으러 갈게.” “하야카와 집안에?” “그래. 널 이렇게 훌륭하게 길러 준 감사인사를 아직 안 했잖아.” “응. 알겠어요.” (153∼154쪽)



  사귀는 사람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다릅니다. 사귀기 때문에 이이를 꼭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이이하고 꼭 사귀지는 않습니다. 사귀는 마음에서 살을 섞을 수 있을 테지만, 이때에 사랑이 흐른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이와 다르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살을 섞지 않더라도 서로 아끼면서 넉넉히 품을 수 있는 마음이 됩니다.


  아이를 낳아 어버이라는 자리에 서려는 사람이라면, 어른인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에 머물 수 없습니다. 어버이라는 자리에서 아이를 돌보려는 마음이 흐른다면, 어른인 두 사람은 이제 사랑하는 숨결로 거듭나야 해요. 사랑일 적에 비로소 따스하면서 넉넉한 손길로 살림을 지어요. 사랑이기에 비로소 즐거이 노래하는 몸짓으로 삶을 가꿉니다.


  서로 사귀는 사이란, 서로 재미나게 어울리는 하루가 좋다고 여기는 마음이지 싶어요. 서로 사귈 적에는 한결 재미나게 놀거나 나들이를 다니는 하루를 누리려고 하는 마음이 될 테고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재미난 어울림을 넘어섭니다. 아침저녁으로 늘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합니다. 하루를 오롯이 기쁨이 흐르는 보금자리에서 어깨동무하며 살림을 매만지려고 합니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을 한다고 해서 모두 어버이가 되지 않습니다. 집안일만 해낸다고 해서 누구나 어버이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언제나 새롭게 꿈꾸면서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터전을 다스리기에 어버이가 됩니다. 아이가 곁에서 지켜보면서 배울 수 있을 만한 살림을 사랑으로 다스리기에 어버이가 돼요. 《은빛 숟가락》 열둘째 권을 읽으면서 어버이라는 자리, 어버이라는 마음, 어버이라는 사랑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2017.9.1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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