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곳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2017.9.8.)

 ―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어릴 적에 집에서 비가 새는 일을 겪은 적 있습니다. 냄비나 그릇이나 바가지를 물 떨어지는 데에 두다가, 그릇이 빗물로 그득하면 비운 뒤에 다시 그릇을 놓습니다. 그릇을 비울 적에는 걸레를 놓고서 빗물이 걸레에 떨어지도록 합니다. 비 새는 집에서 어린 나날을 보내면서 이러한 집이 가난하거나 허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웃이나 동무도 으레 비가 쏟아지면 비가 새는 집에서 살았거든요. 고흥 책숲집에 비가 새거나 벽을 타고 빗물이 스미는 일 때문에 지난 일곱 해를 꽤 속을 썩였는데, 굳이 아랑곳할 일은 아니라고 문득 생각합니다. 쇠다리인 걸상을 놓고 책꽂이를 쌓아도 됩니다. 햇빛이 책이 바랜다면 창문을 책꽂이로 막아 볼 수 있어요. 천을 드리우는 길을 생각해 보아도 되고요. 어쩌면 지나치게 아랑곳하느라 정작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놓칠 수 있지 싶어요. 자꾸 아랑곳하다 보면 내 일도 남 일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휘둘릴 수 있지 싶습니다. 묵직한 책꽂이를 들어서 옮기고, 묵직한 책을 낑낑거리며 나르며, 그동안 비닐로 싸 두었던 책에서 비닐을 모조리 벗기는 동안, ‘아랑곳’을 마음속에 그립니다. ‘바라보기’하고 ‘아랑곳’은 틀림없이 다른데, 저는 이제껏 바라보기를 제대로 못 한 걸음걸이였다고 할 만하구나 싶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은 깊고 넓게 바라보며 즐겁고 따스히 어루만지는 살림이 되도록 하자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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