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9.4.
15시 55분에 고속버스역에 닿는다. 당산역에서 9호선을 갈아탔는데 내가 탄 전철은 느리게 가는 듯했다. 이 전철은 자꾸 서더니 한참 동안 기다린다. 빠른 전철이 먼저 지나가야 한다면서 이 역에서 몇 분, 저 역에서 몇 분을 쉰다. 이러다 보니 고속버스역에 생각보다 많이 늦게 닿는다. 16시에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탈 줄 알았는데, 표를 끊는 데에 들어서니 16시 1분. 1분이 늦어 버스를 놓친다. 하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숨을 돌린다. 17시 30분 버스를 타기로 한다. 고흥으로 가는 막버스이다. 이 막버스를 타면 고흥읍에서 택시를 불러야 한다. 빈 걸상을 찾아서 가방을 내려놓고 앉아서 쪽잠에 들기도 하고, 무릎셈틀을 꺼내어 글을 쓰기도 하다가, 만화책 《신 이야기》를 읽는다. 고다 요시이에 님이 빚은 이 만화는 퍽 재미있다. 하느님이라고 하는 넋이 지구나 우주를 왜 지었고, 지구가 왜 값어치가 있고 아름다운가 하는 이야기를 차분하면서 따사롭게 들려준다. 좋네. 이야기도 줄거리도 좋네. 살짝 우스개를 곁들이기도 하면서, 우리가 사람으로서 사람다이 살아가며 어깨동무하는 기쁨이 무엇인가를 잘 밝혀 주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