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9.3.


고흥읍으로 나와서 시외버스를 타고 오수를 지날 무렵까지 일요일인 줄 몰랐다. 시외버스가 싱싱 달리다가 전라북도를 지나 충청남도로 접어들려고 하니 찻길에 자동차가 제법 많다. 때로는 시외버스가 느리게 달리기도 한다. 이 길에 웬 차가 이리 많나 하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바로 일요일, 그러니까 금요일이나 토요일을 맞이해서 서울을 빠져나간 분들이 서울로 돌아가는 때이다. 길이 막힐 만한 때에 시골에서 서울로 가는구나. 나는 참말 요일도 모르고 사네. 서울에 닿으니 새삼스럽도록 많은 자동차와 사람을 스친다. 그냥 길에서도 전철에서도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묻히거나 밀리면서 이리저리 휩쓸린다. 이 또한 새삼스럽지만 참 많은 분들이 이렇게 사람물결에 늘 휩쓸리면서 이곳에서 사는구나. 전철에서 시집 《박정희 시대》를 읽는다. 전문 시인이라기보다 반도체 빚는 일을 하는 기술자로 살아온 분이 지난 ‘박정희 유신’이 어떠했는가 하고 돌아보는 이야기를 썼다. 때로는 재미있다가, 때로는 너무 문학스럽게 어려운 말을 섞어서 알쏭달쏭하다. 서울대 화공과 선배라는 이가 화학물질이 얼마나 몸에 나쁜가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수수한 싯말로 적바림하듯이, 글쓴이가 부대낀 박정희 유신독재를 조금 더 낮고 조금 더 투박하며 조금 더 자그맣게 목소리를 옮기면 한결 나았을 텐데 싶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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