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8.31.


만화책 《방랑 소년》 첫째 권이 한국말로 나온 지 열 해가 넘는다. 다만 책이 워낙 들쑥날쑥으로 나오다 보니, 자칫 새로운 권을 놓칠 만한데, 재미있게도 이제껏 이 만화책을 한 번도 제때를 안 놓치고 장만했다. 2016년 3월에 열셋째 권이 나오고서 2017년 8월에 열넷째 권이 나왔으니 그야말로 놓치기 얼마나 쉬운 만화책인가! 무화과잼을 졸이느라 내내 곁에서 지켜보아야 하니, 마루에 누워서 그림책을 읽다가, 평상에 앉아 만화책을 읽는다. 잼 한 병 졸이기란 얼마나 대단한가. 곰국을 할 적에도 대단하고, 참말로 밥살림이란 무엇이든 대단하다. 아니 밥살림뿐 아니라 옷살림도 집살림도 대단하다. 책살림도 글살림도 대단할 테지.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지만 낮에는 볕이 따갑다. 더구나 가을로 접어드는 볕이 되다 보니 처마 밑으로 햇볕이 뜨뜻하게 스며든다. 아직 여름 끝물 가을 첫물이라서 이 볕을 덥다고 느끼지만, 곧 가을이 저물면서 겨울을 앞둘 즈음에는 이 볕을 포근하게 느낄 테지. 만화책 《방랑 소년》 열넷째 권은 가을볕 같은 이야기가 흐른다. 이쁘건 안 이쁘건 대수롭지 않은 삶이라는 대목을 톡톡 건드려 주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힘이 되어 준다. 이쁜 가시내가 되어야 할 까닭이 없으며, 잘생긴 사내가 되어야 할 까닭도 없다는 대목을, 스스로 하고픈 일을 하면서 스스로 가려는 길을 즐거이 가면 될 뿐이라는 대목을 참으로 상냥한 가을볕처럼 넉넉히 들려준다. 열다섯째 권이 언제 한국말로 나오려나.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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