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8.25.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차근차근 밥짓기를 배우리라는 마음으로 칼질을 맡기고 마늘을 까도록 시킨다. 작은아이하고 둘이서 읍내마실을 다녀오는데, 작은아이가 작은 부엌칼을 보더니 “저기 누나가 쓰는 칼이 여기도 있네? 나도 저런 작은 칼 갖고 싶은데. 나도 잘 썰 수 있는데.” 하고 말한다. 곁님이 늘 들려주던 말처럼 두 아이는 서로 다른 결에 맞추어 스스로 무엇이든 알뜰히 해내리라 느낀다. 작은아이가 쓸 새로운 작은 부엌칼을 곧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구월을 앞두고 아침까지는 선선하지만 저녁에는 아직 덥다. 신나게 땀을 쏟으며 밥을 지어 차려 놓고 나서 씻는다. 아이들이 맛나게 밥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곁에 앉아서 그림책 《하얀 도화지》를 편다. 몸을 잃은 물고기 한 마리가 아이 그림종이에서 되살아나는 이야기가 흐른다. 아이 스스로 꿈을 그리고, 이 꿈에 맞추어 물고기 한 마리가 새롭게 깨어나서 힘차게 헤엄을 친다. 아니 난다고 해야 할까. 냇물이나 바닷물에서 헤엄을 치는 물고기는 어느 모로 본다면 날갯짓이지 싶다. 물속 헤엄짓이란 사람으로서는 하늘을 마음껏 나는 모습이라고 할 만하다. 꿈이 있으니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니 꿈이 새로 자라고, 그래, 이렇게 꿈하고 그림은 늘 맞물린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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