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에요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2
노유경 지음 / 북극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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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55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한식구
― 우리 가족이에요
 노유경 글·그림
 북극곰 펴냄, 2017.7.28. 15000원


  같은 집에서 살며 살림을 함께 가꿀 적에는 ‘한집안’을 이룬다고 합니다. 한집안을 이루면서 함께 먹을 먹을 적에는 ‘한식구’라고 합니다. 함께 밥을 짓고, 함께 밥을 먹으며, 함께 밥상을 치워요. 함께 하루를 열고, 함께 살림을 북돋우며,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 형은 욕심쟁이예요. 내가 고기 좋아하는 거 알면서 혼자 다 먹어요. (3쪽)


  우리는 서로 아끼는 한집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곱게 보살피는 한식구가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한집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믿고 기대는 한식구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이와 거꾸로인 한집안이나 한식구가 될 수 있을 테지요. 우리가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달라질 테니까요.

  넉넉한 살림이지만 넉넉하지 못한 마음이라면 한집안이나 한식구여도 고단해요. 가난한 살림이지만 넉넉한 마음이라면 한집안이나 한식구는 언제나 즐거워요. 한집이나 한식구를 이루는 즐거움이나 기쁨은 늘 마음자리에서 비롯하지 싶어요. 깊이 헤아리고 넓게 살피면서 크게 어우러지는 마음일 때에 비로소 즐거움이나 기쁨이 샘솟는다고 느낍니다.


“동구야, 형한테 우산 좀 갖다 줄래?”
싫어요. 안 갈래요.
“우리 동구 착하지?”
알았어요. 엄마 때문에 가는 거예요. (8∼10쪽)


  노유경 님이 빚은 그림책 《우리 가족이에요》(북극곰,2017)는 네 식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만 그림책 겉그림에는 ‘셋’만 나와요. 그림책을 펼치는 동안에도 ‘말하는 이’를 빼고 늘 ‘셋’만 나오고요.

  “우리 형”이라 말하는 이는 누구일까요? 사진에는 셋만 나오는데, 넷째 식구는 누구일까요? 형은 그리 내키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머니 말은 고분고분 따르는 이 넷째 식구는 참말 누구일까요?


“으아앙! 동구야, 발목이 너무 아파.”
형, 조금만 기다려! 엄마 데려올게! (25쪽)


  욕심쟁이에 저 혼자만 좋은 대로 한다는 우리 형이라지만,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다가 그만 꽈당 자빠져서 으앙 우는 모습을 본 ‘넷째 식구’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갑니다. 집에서 어머니를 불러 오지요. 어머니도 집에서 헐레벌떡 달려서 학교로 가요.

  한식구를 생각하는 마음이기에 물불을 가리지 않아요. 한식구를 아끼는 마음이기에 오직 한식구를 생각할 뿐이에요. 비가 쏟아져도 비를 맞는 걱정을 안 하고 달려요. 다칠세라 아플세라 마음을 기울입니다.

  이런 일을 겪고 저런 일을 치르는 동안 한식구는 서로 속 깊이 헤아리는 사이가 되어요. 흥흥 콧방귀를 뀌던 몸짓이 스러지고, 칫칫 투덜대던 몸짓이 사라져요. 아마 처음에는 《우리 가족이에요》에 나오는 한식구는 셋이었을 텐데, 어느 날 넷째 식구를 맞이했겠지요?

  따스하게 어우러지는 한식구 이야기를 다루는 그림책 《우리 가족이에요》인데 두 가지는 아쉽습니다. 첫째는 ‘집안일 하는 어머니’하고 ‘회사일 가는 아버지’ 얼거리 그대로 ‘밥상 차리는 어머니’는 밥상을 차리고, 두 사내(아버지, 형)는 밥상맡에 앉아서 밥그릇을 받기만 합니다. 예전에는 으레 이런 모습이었다 하더라도, 오늘날에도 이런 모습이 아직 많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이 같은 모습은 좀 달리 그려 볼 만하리라 생각해요. 함께 밥을 짓고 함께 밥상을 차려서 함께 밥상맡에 둘러앉는 이야기를 그려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둘째는 ‘마릴린 몬로 치마’를 그린 대목입니다. 어머니가 아이가 걱정스러워 집부터 학교까지 바람처럼 달릴 적에 ‘바람을 일으키’며 골목에 있던 사람한테 ‘바람을 날리’는데 마릴린 몬로 차림을 한 사람 치마가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그려 넣은 대목이 있어요. 어른 사회에서는 마릴린 몬로 치마가 흔한 빗댐거리가 될 만할 테지만, 어린이 그림책에서는 달리 생각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어린이 그림책다운 새로운 생각날개를 펼쳐서 더 재미나고 더 알맞춤한 빗댐거리나 이야깃거리를 담으면 더 좋겠습니다. 2017.8.13.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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