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자전거 타며 읽은 책 2017.8.11.
큰아이는 커서 샛자전거에서 따로 나와야 한다. 큰아이가 탈 다른 자전거는 아직 고치지 못했다. 큰아이가 자전거놀이를 즐거이 하도록 자전거를 고치자고 하면서 여태 못 고친다. 이제 작은아이가 샛자전거에 탄다. 수레는 어느덧 짐수레로 바뀐다. 큰아이는 집에서 《게게게의 기타로》를 보겠노라 한다. 작은아이는 아버지랑 자전거마실을 하겠노라 한다. 책짐을 책숲집으로 옮기고서 면소재지로 달린다. 농약내음이 묻어나지만 여름바람은 시원하다. 숲하고 바다에서 태어나는 여름바람이라면 얼마나 싱그러우면서 시원할까.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나서 씻기고 씻는다. 땀으로 젖은 몸은 한 번 씻고 나도 다시 땀이 오른다. 마루에 앉아서 《저절로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를 읽는다. 아침에 밥을 하고 나서도 읽고, 낮에 등허리를 쉬려고 평상에 모로 누워서도 읽는다. 아주 마땅히 저절로 아버지가 되는 사람은 없을 텐데, 스스로 아버지나 어머니로 거듭나는 길을 가는 살림을 곰곰이 헤아리다가, 빗소리를 듣는다. 갑자기 퍼붓는다. 소나기로구나. 저녁까지 구름 몇 조각 없는 맑은 하늘이었는데 갑작스레 들이붓네. 마당에 펼친 짐을 주섬주섬 처마 밑으로 옮긴다. 헛간을 치운다며 내놓은 짐이 많다. 소나기는 밤새 몇 번 오다 말다 한다. 잔비가 아닌 소나기라서 반갑고, 폭폭 찌던 팔월 막바지 더위에 찾아온 소나기는 더없이 시원해서 고맙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