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의 저녁
오규원 지음 / 눈빛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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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읽기 356



글밭이 텃밭으로 바뀌는데

― 무릉의 저녁

 오규원 글·사진

 눈빛 펴냄, 2017.2.2. 25000원



문득, 노래하고 싶을 때가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문득 어디선가, 빛이라든가 어둠이라든가 나무라든가 돌멩이라든가 문이라든가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그러한 것들이 노래를 듣고 싶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6쪽)



  시를 쓰는 오규원 님이 사진을 찍으며 사진말을 펼칩니다. 이녁 삶자리에서 바라본 시골 이야기를 사진으로 살포시 담고, 이 사진에 맞추어 이녁이 살아온 이야기를 적바림합니다. 《무릉의 저녁》(눈빛,2017)은 이녁 스스로 가장 느긋하면서 넉넉한 마음이 되는 삶자리에서 사진하고 글이 태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랫동안 글하고 책으로만 새로운 글을 쓰는 살림을 이었다면, 이제는 땅하고 하늘을 마주보는 자리에서 새로운 글을 쓰는 살림이라고 합니다. 글하고 책만 보면서 글을 쓸 적하고, 땅하고 하늘을 보면서 글을 쓸 적은 사뭇 다르겠지요.


  모를 노릇일 텐데, 시인 할배가 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어 본다면 이때에도 사뭇 달라지겠지요. 글하고는 매우 다르고 책하고도 무척 동떨어진 새로운 자리를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겠지요.


  다만 《무릉의 저녁》을 보면 글치레처럼 사진치레를 하려는 손길이나 눈길이 곳곳에 드러납니다. 힘을 잔뜩 들인다고 해서 더 나은 글이 되지 않습니다. 멋을 부린다고 해서 더 나은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글밭이 아닌 텃밭을 만나듯이, 살구 대추 감 상추 쑥갓 호박 옥수수를 만나듯이, 흙을 만날 적에는 흙내음이 나는 낱말을 가려서 흙내음이 나는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으면 한결 투박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 만하지 싶습니다. 2017.8.1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읽기/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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