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8.8.
밥상을 다 차리고 나서 등허리를 펴려고 누운 뒤에는 만화책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벗님이 된다. 아니, 몸에 새 기운이 샘솟도록 북돋우는 멋진 기쁨님이 된다고 할까. 이 대단한 만화는 누가 맨 처음 그렸을까. 맨 처음이 아니더라도 이 엄청난 만화를 누가 이토록 키웠을까. 나는 아마 예닐곱 살 즈음부터 만화책을 보았을 테고, 글책보다 만화책이 더 가까웠을 테지. 몇 해만 있으면 만화책을 읽으며 살아온 지 마흔 해를 맞이하리라. 참 재미있네. 만화책 한길은 아니지만 만화책 즐김길 마흔 해라. 마흔 해를 지나면 쉰 해가 될 테고, 쉰 해를 지나면 예순 해가 되겠지. 이야, 앞으로 예순 살이나 일흔 살에도 만화책을 즐기는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쉰 해를 읽은 만화책’이나 ‘예순 해를 누린 만화책’을 이야기하는 새삼스러운 기쁨도 맛볼 수 있겠네. 끙끙 소리를 내며 누워서 《블랙잭 창작 비화》 다섯째 권을 읽으며 생각에 잠겨 본다. 《블랙잭 창작 비화》는 다섯째 권으로 마무리를 짓는다고 한다. 아쉽고 아쉬워서 며칠에 걸쳐서 야금야금 읽었다. 다 읽고 나서도 아쉬우니 다시 읽고 또 읽었다. 테즈카 오사무라는 사람이 아니어도 만화는 널리 사랑받고 사랑할 읽을거리 가운데 하나였을 테지만, 테즈카 오사무라는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는 만화를 더욱 널리 사랑하면서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만화가를 놓고서 ‘블랙잭 창작 비화’라는 이름처럼 이녁 만화길을 비추는 만화책을 후배 만화가가 그려 줄 수 있을까?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