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8.3.


ㅊ출판사에서 내기로 한 글꾸러미가 있다. 이 글꾸러미를 ㅊ출판사 편집부하고 주고받으며 여러 차례 손질하는데, 다섯 갈래로 나눈 글꾸러미 가운데 셋째 갈래 글을 놓고 손질하다가 막혀서 일을 쉬기로 하면서 큰아이하고 마실을 나온다. 다른 생각은 하나도 안 하기로 한다. 오직 큰아이하고 이 여름날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마실을 누리기로 한다. 순천 중앙시장에서 복숭아를 장만하고, 골목을 걷고, 마을책방에 깃들어 책하고 벗삼으면서 쉬고, 순천 시내버스를 타고 움직이고, 이렇게 오붓하게 예닐곱 시간을 보낸다. 함께 노래를 듣고 함께 그늘길을 걷는다. 함께 얘기를 나누고 함께 뙤약볕을 쬔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큰아이가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아이 숨결을 느끼며 《어쩌면 좋아》를 읽는다. ‘서커스’ 출판사에서 사노 요코 님 산문책을 두 권 옮겼단다. 예순 한복판에 선 할머니 그림책 작가로서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수수하게 흐른다. 그야말로 수수하게 흐른다. 이야기란 언제나 수수한 삶에서 태어난다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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