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8.2.


빨래를 널고 쉬면서 그림책을 편다. 이제 햇볕이 가장 뜨거운 한낮에도 처마 밑 평상에 앉으면 땀이 안 흐른다. 바야흐로 곡식을 살찌우는 볕이 되는구나 싶다. 그림책을 배우면서 첫 작품으로 선보였다는 젊은 분이 내놓은 《우리 가족이에요》를 읽어 본다. 그림책에는 세 사람이 나오고 세 사람을 바라보는 하나가 있는데, 사람인지 사람이 아닌지 살짝 아리송하다. 다만 사람이든 사람이 아니든 대수로울 일은 없다. 서로 아낄 줄 알고 보듬을 수 있는 한식구로 지내는 마음이라면 다 좋지. 이야기는 비가 오는 날 ‘형한테 우산 갖다 주기’ 심부름에서 고빗사위를 맞이한다. 그런데 형은 비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네. 그러면 우산이 없어도 될 텐데? 짐짓 씩씩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엄마!”를 찾는 사람 형이 재미있다. 겉으로는 작을는지 모르나 속으로는 야무진 ‘사람 아닌 동생’이 살뜰하다. 다만 이 그림책이 어른 그림책이 아닌 어린이 그림책이라 한다면, ‘마릴린 먼로 치맛자락 날리는 모습을 빗댄 그림’이 아닌 다른 그림을 새롭게 생각해 내어 넣으면 더 좋았으리라. 익살맞은 대목으로 여길 수 있으나 ‘어린이가 바라보며 생각을 키우는 이야기’를 살리는 길을 더 살피면 좋겠다.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