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7.22.


읍내에서 모임이 있다. 나라에서 갯벌을 메워 논으로 바꾸려는 정책을 한동안 폈으나, 이제는 갯벌을 다시 바다로 돌리려는 정책을 꾸린다면서, 이와 얽혀 갯벌이란 어떤 값어치가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분이 고흥으로 찾아온다고 한다. 고흥에도 여러 매립지가 있다. 해창만이나 고흥만 같은 무시무시하게 큰 매립지가 있는데, 가만히 보면 나라에서는 매립 정책을 펴면서 건설 일거리가 있고, 다시 바다로 돌리면서 건설 일거리가 있는 셈일 수 있다. 땅을 고스란히 아끼면서 마을을 마을답게 가꾸는 길을 안 걸어온 이 나라라고 할까. 이러는 동안 사람살이도 팍팍하고 사람 곁에 있는 새도 팍팍하다. 읍내로 가는 군내버스에서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를 읽어 본다. 이 만화책이 오듀본이라는 사람을 얼마나 살뜰히 담아낼는지 잘 모른다. 다만 오듀본이 새를 그리면서 새롤 새롭게 바라본 사람이 늘었고, 오듀본이 새를 그린 뒤로 새를 제대로 사랑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오듀본은 과학과 생물학이 ‘메마른 학문’이 아니라 ‘싱그러이 살아서 뛰는 숨결’을 다루는 이야기꽃이라는 대목을 밝혀 준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 일을 하면서 헌책방에서 오듀본 화집을 찾아내어 장만한 일이 새삼스럽다. 내 주머니는 그때 매우 가난했기에 내 책으로는 사들이지 못하고, 회사 돈으로 장만해서 회사 책꽂이에 꽂아 놓고서 날마다 고이 쓰다듬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거의 스무 해가 되었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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