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간



  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데 간을 보기 어렵습니다. 몸이 매우 무겁고 오들오들 떨리기 때문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시외버스를 달려 바깥잠을 자면서 서울하고 수원에서 바깥일을 한다며 부산스레 다녀온 터라 몸에 새 기운이 아직 오르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밥짓기를 미룰 수 없으니 용을 써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데 혀에 닿는 맛을 하나도 못 느낍니다. 그동안 밥을 지으면서 간을 본 어림으로 겨우 국냄비 불을 끄고 부엌바닥에 폭 주저앉습니다. 개수대를 두 손으로 잡고 주저앉은 채 한참 끙끙거리다가 일어납니다. 이쁜 아이들아, 부디 맛나게 먹으렴. 틀림없이 간은 잘 맞았으리라 생각해. 이 무더위에는 조금 짜게 먹어도 괜찮을 테지. 땀 옴팡지게 흘리면서 뛰어놀고, 시원한 믈로 씻고, 낮잠도 자다가, 너희 그릇은 너희가 설거지를 하렴. 너희 아버지는 도무지 설거지까지 할 기운은 없네. 2017.7.2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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