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부리지 않기



  나흘째 온 집안을 뒤엎는 큰청소를 하느라 두 어버이도 두 아이도 힘을 많이 쏟습니다. 저는 큰청소 닷새째가 되는 날 아침에 서울·수원에 바깥일이 있어서 일찍 집을 나서야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짐을 꾸리고 살림을 건사하고 청소를 하는데 마을 앞을 지나가는 버스를 타야 할 때가 다가옵니다. 바삐 움직이며 이것저것 하다가 우뚝 멈춥니다. 생각에 잠깁니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려 들지 말자. 곁님하고 아이들도 하루나 이틀쯤 좀 어질러진 채 쉬거나 놀면서 보낼 수 있어. 나도 오늘 바깥일을 하러 집을 나서야 한대서 더 많이 힘을 쏟아서 뭔가 더 치우려고 하지 말자. 할 만큼 즐겁게 하자.’ 일손을 멈추고 몇 분쯤 생각에 잠기니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습니다. 쓰레기자루 두 묶음을 여밉니다. 가방을 들에 멥니다. 작은아이가 일찍 일어나서 부시시한 얼굴로 묻습니다. “아버지 어디 가?” “응, 서울에 일 보러 다녀올게. 곧 돌아와.” “나도 가고 싶긴 한데, 그러면 잘 다녀오셔요.” “고마워. 손낯 시원하게 씻고, 즐겁게 놀면서 오늘 하루 새롭게 배울 것들 기쁘게 배우셔요.” “네.” 2017.7.2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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