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빨래터에서 읽은 책 2017.7.5.
비가 오다 멎다 하면서 열흘 즈음 날이 꾸무룩하다. 이러다가 해가 방긋 나오면서 땅바닥이 마른다. 이날을 골라서 빨래터 물이끼를 치우기로 한다. 아이들을 이끌고 빨래터로 나오는데, 두 아이는 놀이에 앞서 물이끼 걷는 일을 씩씩하게 거든다. 어쩜 이리 멋지니. 아버지 혼자 물이끼를 다 걷으면 놀던 나날은 이제 끝나고, 아이들이 기운차게 물이끼를 걷어내어 스스로 노는 살림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겠니. 아이들이 여러모로 일을 많이 거들어도 빨래터 바닥을 박박 긁어내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 어깨힘을 많이 덜어 주었으니 셋이 신나게 박박 긁고 물을 퍼낸다. 물이끼를 다 걷어낸 뒤에는 한여름 물놀이를 실컷 누린다. 나는 빨래터 담벼락에 걸터앉아서 《촛불철학》을 읽는다. 철학지기 황광우 님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박근혜 이명박이 대통령이던 무렵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이 대통령이던 무렵에도 삼성 비자금이나 노동탄압 같은 고단한 일이 이어진 대목을 낱낱이 짚는다. 박근혜 한 사람을 끌어내린 촛불로 그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흐른다. 더없이 옳은 말씀이다. 촛불은 독재자만 끌어내릴 수 없다. 촛불은 어둠을 밝히면서 따스한 기운이 될 때에 제구실을 다하리라. 서울하고 시골이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면서 서울살이도 시골살이도 아름다울 수 있는 ‘서울에서 400만이 시골로 떠나는 꿈’ 이야기가 참 좋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