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7.5.


버스를 타고 읍내를 가자는데 작은아이가 안 따라나선다. 날이 워낙 더워서 싫은가 보다. 우리 집은 마당에 나무가 우람하기에 그늘이 있고 바람이 불지만, 다른 곳은 이러하지 않다. 마을에서도 읍내에서도 그늘 자리란 없다. 이러면서 버스나 건물은 에어컨 때문에 서늘하지. 읍내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웃마을 할매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조카가 그라는디, 에어컨은 값이 싸단디. 전기 값이 겁나게 나와서 그렇지.” “우리 아들도 그러더구마. 그란디 비싸면 어때? 나 사는 동안 에어컨도 누려 봐야지. 집이 에어컨이 있으면 손주들이 와도 시원하고 좋제. 그래, 넷째 딸이 에어컨 사 줬어.” 곰곰이 생각하니 이 시골에서 에어컨이 없는 집은 우리 집뿐이지 싶다. 우리 집에는 선풍기마저 안 쓴다. 군내버스에서 《촛불철학》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에어컨을 집에 안 들이고 마당이 있는 집을 건사하면서 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우리는 집숲하고 마을숲을 아끼면서 나라숲을 사랑하는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대통령 한 사람하고 끄나풀 여러 사람을 끌어내린다고 해서 나라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이 쳇바퀴를 송두리째 바꾸어야 한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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