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6.22.
넉 주 내리 서울마실을 하고서 천천히 숨을 돌리니 몸에 천천히 기운이 오른다. 이 기운을 기쁘게 받아서 아침에는 집에서 풀을 살짝 베고, 낮에는 도서관학교에서 풀을 살그머니 벤다. 시골살이 일곱 해에 낫질이 찬찬히 붙는다. 뭐든지 그렇다. 스스로 꾸준히 해 보아야 손에 익는다. 도서관학교에서 풀을 벤 뒤에 사다리를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우리 집 마당에서 후박알을 훑으려는 뜻이다. 사다리를 타고 아이들하고 후박알을 훑는데, 곁님이 국수를 삶았단다. 아이들더러 먼저 들어가서 먹으라 하고, 나는 후박알을 마저 훑는다. 오늘 다 훑지 못할 테지만 조금이라도 훑으려 한다. 올해에는 우리도 이 후박알을 누릴 생각이다. 지난해까지는 멧새한테 이 후박알을 몽땅 주었다. 아이들이 남긴 국수를 먹는다. 오늘은 모처럼 저녁을 안 짓고 느긋하네. 몸을 가볍게 씻고서 밥상맡에 앉는다. 온몸 뼈마디가 굳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 그래 좋아, 달게 먹고 달게 자면 다시 기운이 솟을 테야. 느긋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히스토리에》 열째 권을 읽는다. 젊은 왕자 이야기도, 젊은 서기관 이야기도 풋풋하면서 다부지다.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는 넋이기에 이처럼 풋풋하면서 다부지리라. 이제 반 그릇쯤 먹는데 만화책 한 권을 벌써 다 읽었네. 《불멸의 그대에게》 첫째 권을 집는다. 이제 막 새로운 만화 첫머리를 여는데, 작고 동그란 목숨붙이 이야기가 재미있다. 부디 이 결을 잘 살려서 끝까지 그려 주시기를 빈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