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을 누릴 틈



  올해에는 찔레꽃을 느긋하게 누릴 틈이 없이 늦봄이 지나갑니다. 해사하게 피어나서 해맑게 밭 한 자락이나 멧기슭 한 자락을 덮는 찔레꽃이에요. 찔레꽃이 흐드러지면 찔레꽃밭 곁에는 들딸기알이 함께 흐드러져요. 그런데 올 늦봄에는 들딸기알을 훑으러 아이들하고 마실을 못 다닙니다. 이러면서 들딸기잼도 못 졸였어요. 꽃을 누리지 못할 만큼 바쁠 수 있겠지요. 꽃이 피어도 꽃을 들여다볼 겨를을 못 낼 만큼 허둥거릴 수 있을 테고요. 꽃이 지고 나서 이 꽃을 아쉬워할 수 있으나, 꽃은 꽃인 터라 올해가 저물고 새해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새로 찾아옵니다. 철철이 곱게 흐드러지는 꽃은 우리한테 늘 꽃처럼 보드라우면서 느긋하게 한 걸음씩 떼라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2017.6.2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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