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6.18.


작은아이랑 둘이서 서울마실을 한다. 함께 노래를 듣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비로소 책 한 권을 편다. 책을 네 권 챙겼는데 막상 한 권만 겨우 집는다. 《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를 읽는다. 사진에 대면 글은 살짝 밋밋하네 싶은데, 이 밋밋한 글에는 수수한 기운이 흘러서 여러모로 생각해 볼 만하지 싶다. 어느 모로 본다면 살가두 사진은 놀랍거나 빼어난 사진이 아니라 밋밋하면서 수수한 사진이지 싶다.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기계질이나 포토샵질이 아닌 밋밋하며 수수한 손길로 갈무리해서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할까. 이웃한테 천천히 다가가서 천천히 사진을 찍는다. 나무한테도 숲한테도 찬찬히 다가가서 찬찬히 사진을 찍는다. 더 많이 찍지 않는다. 마음을 기울여 살가이 사귈 즈음에 비로소 사진기를 손에 쥔다. 굳이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담아내어 보여줄 적에 시나브로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조용하면서 좋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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