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기는 글쓰기



  출판사에서 이주에, 아마 오늘이 될 듯한데, 인쇄소로 넘길 책을 놓고서, 어제 시외버스에서 마지막 글손질을 했다. 고흥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에서 반을 살피고, 서울서 전주 가는 시외버스에서 남은 반에서 반을 살핀 뒤, 전주에서 묵은 길손집에서 마저 살핀다. 드디어 글손질을 모두 끝내고 출판사에 글을 넘긴다. 출판사는 출판사 나름대로 손질한 글을 나한테 넘겼고, 나는 이 글을 새로 손질해서 출판사에 넘겼다. 이렇게 글꾸러미 하나를 얼마나 많이 주고받았을까. 이렇게 주고받은 끝에 종이에 얹는 글에 틀린 글씨나 어설픈 글월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어느 한 곳도 빈틈이 없도록 나올 수 있다. 한쪽에서 넘기니 맞은쪽에서 받는다. 맞은쪽에서 넘기니 내가 받는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글이 새롭게 빛나고, 글을 한결 정갈하며 알뜰히 쓰는 길을 서로 새삼스레 익힌다. 2017.6.1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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