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6.16.


큰아이가 쪽글을 써서 줄을 매단 뒤 낚싯대를 드리우듯 아버지한테 보낸다. 나는 큰아이 낚싯줄 쪽글을 받고서, 이 쪽글에 “아침으로 뭘 먹을까?” 하고 적어서 건넨다. 큰아이가 글을 소리내어 읽으니 옆에서 작은아이가 “짜장면!” 하고 외친다. 작은아이 뜻대로 집짜장을 하기로 한다. 국을 덥히고 달걀을 삶는다. 양념으로 삼을 남새를 썰어서 볶는다. 양념거리가 다 익었구나 싶을 무렵 물을 부어 팔팔 끓이고 짜장가루를 푼다. 이러는 사이 국수를 삶아서 찬물에 식혀 놓는다. 여러 가지를 한달음에 해 놓고서 밥상을 차리고는 아침에 담가 놓은 빨래를 헹군다. 맛있니? 간이 맛니? 나는 국에 밥을 말아서 먹고는 빨래를 널고서 등허리를 펴려고 평상에 눕는다. 아이들은 집짜장만 두 그릇씩 먹은 듯하다. 이제 여름해는 높아서 처마 밑 그늘이 넓다. 살랑살랑 부는 여름바람을 느끼며 《루나와 나》를 천천히 넘긴다. 즈믄 살이 넘는다는 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나무에 타고 이태 가까이 지낸 어느 아가씨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다. 거의 60미터 높이에 이르는 나무에 올라타서 지낸 삶을 그려 본다. 나무에 조그맣게 보금자리를 지어서 그곳에서 지내는 나날이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즈믄 살이 넘는 나무는 이 나무 한 그루대로 또 다른 숲이었을 테지.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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