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지 않은 자전거



  저한테는 자전거가 몇 대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는 낡아서 더는 달릴 수 없습니다. 저하고 한몸이 되어 십만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려 준 자전거는 이제 저희 도서관학교 한켠에서 고이 쉽니다. 그러나 이 낡은 자전거는 어느 때부터인가 작은아이 놀잇감이 됩니다. 너무 오래 많이 달린 탓에 뼈대와 이음줄이 닳고 삭았는데, 작은아이는 제 몸보다 큰 이 자전거를 끌고 밀고 당기면서 놀아요. 작은아이가 보기에는 멀쩡하면서 멋스러운 자전거라고 합니다. 작은아이는 “왜 이 자전거는 안 타? 왜 이 자전거는 달릴 수 없어?” 하고 물어요. 아무래도 작은아이가 보기에 이 자전거는 낡은 자전거 아닌 그냥 자전거입니다. 멋스럽고 이쁜 자전거예요. 작은아이 말을 듣고서 오래도록 그 말을 곱씹습니다. 아버지가 이제 말을 바꾸어야겠구나. 이 자전거는 아버지랑 오래도록 한몸이 되어 온 나라를 누빈 씩씩한 자전거란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자전거야. 2017.6.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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