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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공주 ㅣ 난 책읽기가 좋아
다이애나 콜즈 글, 로스 아스키스 그림, 공경희 옮김 / 비룡소 / 2002년 4월
평점 :
슬기·사랑·꿈을 배우렴
[내 사랑 1000권] 6. 다이애나 콜즈 《영리한 공주》
한때 《슬기로운 공주》라는 이름으로 나온 적이 있던 다이애나 콜즈 님 어린이문학은 2002년부터 《영리한 공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슬기롭다’하고 ‘영리하다’는 결이 다른 낱말입니다. 하나는 한국말이고, 다른 하나는 한자말이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슬기롭다’는 한자말 ‘지혜’하고 맞닿아요. 한자말 ‘영리’는 한국말 ‘똑똑하다’하고 맞닿지요.
어린이문학 《영리한 공주》에 나오는 공주는 여느 공주도 그냥 공주도 아닙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님한테서 태어났기에 몸은 공주입니다만, 이 아이는 책으로뿐 아니라 살림살이와 온갖 삶을 두루 배워요. 더구나 스스로 배웁니다.
머리로만 똑똑한 아이가 아니라 몸으로도 바지런하면서 살뜰합니다. 마음으로도 너그러우면서 따스해요. 착하면서 참답고 고운 마음이 두루 어우러지기에, 이 아이는 똑똑하다(영리하다)기보다는 슬기롭다(지혜롭다)고 해야 알맞아요.
자,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해요. 슬기로움하고 똑똑함은 무엇이 다를까요? 슬기로움은 두려움이나 무서움이 없습니다. 슬기로움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슬기로움은 웃음하고 노래를 스스로 길어올립니다. 슬기로움은 올바른 길을 사뿐사뿐 홀가분하게 걸어요. 슬기로움은 늘 사랑을 바탕으로 삶을 헤아려서 사람을 보듬는 손길이라고 할 만하지요.
저는 우리 아이들한테 슬기랑 사랑이랑 꿈을 배우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슬기랑 사랑이랑 꿈을 배우기를 바라기 앞서, 어른이자 어버이인 저부터 스스로 슬기랑 사랑이랑 꿈을 헤아리면서 배우려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교과서나 시험문제를 배우기보다는 슬기랑 사랑이랑 꿈을 배우고 싶었어요. 더 이름난 대학교에 들어가는 길이 아니라,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바랐어요. 더 돈을 잘 버는 길이 아니라, 기쁘게 노래하며 살뜰히 보금자리와 숲을 가꿀 줄 아는 길을 걷고 싶었어요. 슬기로운 사람으로 살면서 사랑스러운 생각이 샘솟기를 바랐어요. 자그마한 어린이문학 한 권이 이러한 대목을 차곡차곡 짚으니 참으로 아름답구나 하면서 거듭거듭 읽습니다. 2017.6.1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