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 박스 1~9 세트 1 데츠카 오사무 걸작선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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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하고 죽음을 잇는 사랑

[내 사랑 1000권] 4. 테즈카 오사무 《불새》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고 하는 말을 어릴 적에 처음 들으며 ‘아니, 왜 모든 사람은 죽어야 하지?’ 하고 생각해 보았어요.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왜 태어난 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한테 주어졌다는 백 해 안팎이라는 나날은 대단히 짧다고 느꼈어요. 이러다가 사람보다 훨씬 짧게 살다가 가는 뭇짐승이나 뭇벌레를 보았고, 바닷속에서 아주 오래 사는 물고기를 보았으며, 만 살이 넘도록 사는 나무를 보며 생각이 차츰 거듭납니다. 더 긴 삶이나 더 짧은 삶이란 따로 없겠구나 싶더군요. 더 잘 살아내거나 더 못 살아낸 몸짓도 없겠구나 싶고요. 그저 저마다 다른 온갖 삶을 치르거나 겪으면서 걸어가는 길인가 싶기도 했어요.


  어릴 적에 매우 궁금한 한 가지로 ‘왜 먹어야 하나?’가 있어요. 밥 한 끼니를 먹고 나서 머잖아 배가 고파요. 또 한 끼니를 먹고 나면 곧 배가 고프지요. 우리는 먹으려고 태어난 목숨인가 싶기도 했지요. 밥 한 끼니를 먹고서 무엇을 해야 뜻있거나 보람있을 만한가 하는 생각을 잊을 수 없더군요.


  여기에 대단히 궁금한 한 가지로 ‘왜 자야 하나?’가 있어요. 누구나 잠들면 마치 죽음에 빠진 듯한 모습이에요. 이러면서도 매우 고요하며 느긋한 모습입니다. 아기도 할머니도 잠든 모습은 엇비슷하게 살짝 웃음짓는 모습이곤 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숱한 수수께끼를 풀려고 이 땅에 태어나는지 몰라요. 수수께끼를 풀다가 못 풀고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테고요. 테즈카 오사무 님이 마지막까지 붙잡다가 마무리를 짓지 못한 《불새》(학산문화사 펴냄)라는 만화책은 삶하고 죽음을 잇는 사랑을 다룹니다. 삶을 다루고 죽음을 다루는데, 둘 사이에 사랑이 있다고 하는 대목을 곰곰이 짚어요. 죽이거나 죽어도, 밉거나 싫어도, 시샘하거나 두려워해도, 우리 사이에는 늘 잔잔하게 사랑이 흐르며, 이 사랑을 깨달을 때에 ‘불새’와 같은 넋이 된다는 이야기로 퍼집니다.


  만화를 그린 하느님이라는 이름을 받은 테즈카 오사무 님인데, 《불새》는 바로 ‘만화 하느님’ 나름대로 온힘을 바쳐서 남기려 했던 사랑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 깃든 하느님을 찾으려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렸구나 싶어요. 2017.6.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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