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거나 작은 출판사
한국에서 큰 출판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대표작’을 으레 듭니다. 큰 출판사이다 보니 그동안 펴낸 책이 대단히 많아서 대표작을 으레 드는데, 큰 출판사에서 으레 드는 대표작이란 많이 팔린 책이기 일쑤입니다.
한국에서 작은 출판사를 곰곰이 헤아리면 ‘대표작’을 거의 들지 못합니다. 작은 출판사이다 보니 그동안 펴낸 책이 아직 적기도 하지만, 작은 출판사는 굳이 대표작을 들지 않아요.
한국에서 큰 출판사는 워낙 많은 책을 펴내기에, 팔림새가 떨어지는 책은 아주 빠르게 판이 끊어집니다. 큰 출판사는 아무래도 팔림새가 높은 책을 바탕으로 삼아서 책을 알리거나 다루거나 이야기하지요.
한국에서 작은 출판사는 한 권을 낼 적에도 워낙 온힘을 쏟아붓기에, 팔림새보다 살림살이를 더 살핍니다. 앞으로 판을 끊지 않고 두고두고 책손을 만나도록 하고 싶은 책을 펴내지요. 작은 출판사로서는 이 작은 출판사에서 펴낸 모든 책이 ‘작은 출판사 대표작’이라고 할 만합니다. 작은 출판사는 모든 책을 넉넉히 아우르려는 품으로 책을 지어요.
크거나 작은 출판사를 바라볼 적에 어느 흐름이나 모습이 더 낫거나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팔림새가 좋은 책도 얼마든지 좋은 책이고, 팔림새가 떨어지는 책도 얼마든지 좋은 책이기 마련이에요. 다만 저는 한 권 한 권 한결 넉넉하고 따스하게 품는 작은 출판사 몸짓과 손길을 눈여겨보면서 아끼고 싶습니다. 2017.6.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